영아 전환기에 접어들면 많은 부모가 “왜 요즘 더 힘들지?”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수유와 수면만 반복되던 신생아기보다 오히려 더 지치고, 하루가 끝날수록 에너지가 급격히 소모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는 부모의 체력이 약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돌봄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이 시기의 피로는 단순한 육체적 피로를 넘어, 정서적·인지적 소모가 함께 누적되며 발생한다.

1. 돌봄의 난이도가 눈에 띄지 않게 상승하는 시기
신생아기에는 돌봄의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다. 수유, 수면, 배설이라는 기본적인 욕구가 중심이 되며, 문제 해결 방식도 비교적 단순하다. 그러나 영아 전환기로 넘어가면서 아기의 행동은 점차 다양해지고, 돌봄의 난이도는 눈에 띄지 않게 상승한다.
이 시기 아기는 깨어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반응의 폭이 넓어지며, 보챔의 원인 역시 단일하지 않게 변화한다. 부모는 단순히 무엇을 해주면 되는지가 아니라, 아기의 상태를 해석하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놓이게 된다. 이러한 판단 과정은 짧은 순간에도 반복되며, 인지적 피로를 빠르게 누적시킨다.
또한 돌봄의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전에는 안아주거나 수유하면 비교적 빠르게 안정되던 반면, 영아 전환기에는 같은 행동이 항상 같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부모는 자신의 돌봄이 맞는지 끊임없이 점검하게 되고, 이는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2. 쉬는 시간 없이 이어지는 ‘각성 돌봄’
영아 전환기 부모의 피로가 깊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돌봄이 휴식 없이 이어지는 각성 상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신생아기에는 아기가 자는 시간이 길어 부모 역시 비교적 수동적인 돌봄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영아기로 접어들면 아기의 깨어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보호자의 반응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많아진다. 이때 부모는 단순히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표정과 말투, 반응의 타이밍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태가 된다. 이러한 각성 돌봄은 짧은 시간에도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또한 아기가 잠시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도, 부모는 “지금 개입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반복하게 된다. 개입과 휴식 사이의 균형을 찾지 못하면, 부모는 쉬는 순간에도 긴장을 유지하게 되고 이는 만성적인 피로로 이어진다.
이 시기의 피로는 단순히 잠을 못 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반응해야 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3. 감정 소모가 늘어나는 이유
영아 전환기에는 부모의 감정 소모 역시 크게 늘어난다. 아기의 반응이 다양해지면서, 부모는 기쁨과 불안, 안도와 좌절을 짧은 시간 안에 반복해서 경험하게 된다.
아기가 웃거나 반응할 때 느끼는 기쁨은 크지만, 동시에 보챔이나 예민한 반응이 이어질 경우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자책이 뒤따르기 쉽다. 이러한 감정의 급격한 변동은 정신적인 피로를 가중시킨다.
또한 영아 전환기에는 외부의 조언이나 비교가 더 크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주변의 말이나 정보 속에서 부모는 자신의 돌봄 방식을 계속해서 검증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부모가 스스로를 쉬게 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이 시기의 감정 소모는 부모가 약해서가 아니라, 돌봄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감정 소모를 인식하지 못하면, 피로는 더욱 깊어질 수 있다.
결론
영아 전환기에 부모가 지치는 이유는 단순한 체력 저하가 아니라, 돌봄의 성격이 복합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판단이 필요한 돌봄, 쉬지 않고 이어지는 각성 상태, 감정 소모의 누적이 함께 작용하며 피로를 만든다. 이 시기의 지침은 실패나 부족함의 신호가 아니라, 돌봄 환경이 달라졌다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부모는 자신이 지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돌봄과 휴식 사이의 균형을 다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아기를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