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불순은 단순히 주기가 들쭉날쭉한 상태를 넘어, 몸의 조절 시스템에 이상 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다. 배란 지연, 무배란, 출혈량 변화, 통증 악화 등 양상은 다양하며 원인 또한 호르몬 불균형, 생활습관, 스트레스·환경 요인이 겹쳐 작동한다. 임신을 계획한다면 원인을 체계적으로 구분해 관리해야 배란 예측이 가능해지고 착상 환경도 안정된다. 이 글은 생리불순의 핵심 원인을 호르몬·생활습관·스트레스 세 축으로 정리해, 스스로 점검하고 의료 상담 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1. 생리불순 원인: 호르몬 불균형
주기의 근간은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HPG) 축이 만든 호르몬 파동이다. 시상하부가 GnRH를, 뇌하수체가 FSH·LH를 분비해 난포 성숙과 배란을 유도하고, 난소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으로 되먹임 조절을 한다. 이 고리가 어느 한 지점에서 흔들리면 배란 타이밍이 밀리거나 생리 자체가 건너뛰게 된다. 대표 원인으로는 다낭성난소증후군(PCOS), 황체기 결함, 고프로락틴혈증, 조기난소부전, 과도한 운동·저체중 등이 있다. PCOS는 난소에 다수의 미성숙 난포가 보이며 인슐린 저항성·안드로겐 증가가 동반되어 배란이 불규칙해진다. 반대로 과도한 칼로리 제한과 체지방 저하는 GnRH 펄스를 약화시켜 무월경을 만들 수 있다.
갑상선 기능도 주기에 큰 영향을 준다. TSH 상승(갑상선 기능저하)은 배란 장애·과다월경, TSH 저하(기능항진)는 주기 단축·과소월경을 유발할 수 있다. 미세한 기능 이상이라도 착상과 초기 임신 유지에 관여하므로, 주기가 흔들릴 때 TSH/FT4 확인은 기본이다. 또 프로락틴은 젖 분비 호르몬이지만 과다하면 GnRH 억제를 통해 무배란을 일으킨다. 원인은 약물(도파민 길항제, 일부 항우울제), 수면 부족, 뇌하수체 미세선종 등 다양하다. 임상적으로는 생리 3~5일차에 FSH·LH·E2, 필요 시 프로게스테론(황체기), 프로락틴, TSH/FT4를 패널로 확인하고, 난포수(AFC)·자궁내막 두께 등 초음파 소견을 함께 본다. 단일 수치보다 시기·조합·추이를 보는 해석이 중요하며, 결과는 생활 조정(수면·영양·체중)과 필요 시 약물 치료로 연결해야 한다.
2. 생활습관 요인
생활습관은 호르몬 파동의 배경음을 결정한다. 불규칙한 수면은 멜라토닌 분비와 코르티솔 일중 리듬을 깨뜨려 GnRH 신호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배란이 지연되거나 황체기가 짧아질 수 있다. 취침·기상 시각을 주중·주말 포함 1시간 이내로 맞추고, 취침 2시간 전 블루라이트 차단·조도 하향·미지근한 샤워 등 수면 위생을 루틴화하면 주기 변동폭이 줄어든다. 체중 또한 민감한 변수다. BMI가 낮아도(저체중) 에너지 가용량 부족으로 무월경이 생기고, BMI가 높으면(특히 복부비만)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해 LH/FSH 비율이 틀어지며 배란에 장애가 생긴다. 허리둘레·체지방률을 지표로 삼아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이 주기 정상화에 효과적이다.
운동은 강도보다 지속성이 중요하다. 주 3~4회 30~40분의 빠른 걷기·자전거·수영과, 주 2회 코어·둔근 중심의 근지구력 운동은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춘다. 반면 과도한 HIIT·마라톤 준비처럼 에너지 소모가 큰 훈련은 배란을 억제할 수 있다. 카페인은 하루 200mg 이하로 제한하고, 오후 2시 이후 섭취는 피한다. 카페인 과잉과 야간 카페인 섭취는 수면 질 저하→코르티솔 상승→배란 리듬 교란으로 이어진다. 식사는 단백질·복합탄수화물·좋은 지방을 균형 있게 배치하고, 공복 장시간 방치·야식 습관을 줄여 혈당 롤러코스터를 막는다. 혈당 변동이 크면 인슐린 저항성이 심화되어 PCOS 성향이 없는 사람도 배란이 흔들릴 수 있다.
3. 스트레스와 환경
정신적 스트레스는 시상하부에 직접 작용해 GnRH 펄스를 억제한다. 업무 과부하·수면 부족·정서적 압박이 겹치면 코르티솔이 만성적으로 상승하고, 황체기 단축·배란 지연·무배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완전한 스트레스 제거가 어려운 현실에서는 ‘피크 낮추기’가 전략이 된다. 90분 집중·10분 회복 사이클, 하루 10분 호흡·명상, 퇴근 후 20분 걷기만으로도 교감신경 과항진을 누그러뜨린다. 감정 억압 대신 저널링·파트너와의 감정 공유를 통해 자율신경 불균형을 정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환경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비스페놀A(BPA)·프탈레이트 등 내분비교란물질은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간섭해 주기를 흐릴 수 있다. 뜨거운 음식·음료는 유리·스테인리스 용기에, 전자레인지 가열은 플라스틱 대신 유리 용기를 사용한다. 합성 향이 강한 방향제·세제·코스메틱 사용을 줄이고, 실내 공기질을 환기·필터로 관리한다. 약물도 변수다. 일부 항우울제·항정신병약·스테로이드·고용량 운동 보조제는 프로락틴 상승·GnRH 억제·간 대사 변화로 주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복용 중이라면 임의 중단 대신 처방의와 상의해 조정한다. 마지막으로 과도한 음주·흡연은 에스트로겐 대사와 난포 미세환경을 악화시킨다. 금연·절주는 생리불순 개선뿐 아니라 향후 임신 결과에도 긍정적이다.
결론
생리불순은 원인이 한 가지로 단정되기보다 여러 요인이 겹쳐 나타난다. 호르몬 상태를 기본 검진으로 확인하고, 수면·체중·운동·카페인 같은 생활 변수를 낮추며, 스트레스·환경 노출을 줄이는 조치가 함께 움직일 때 주기는 점차 안정된다.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작은 루틴부터 바꾸면, 배란 리듬과 임신 준비는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