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돌봄을 실패한것처럼 느껴질 때 (기준변화, 성과부재, 실패감)

by 코먕 2026. 1. 9.

영아 전환기에 접어들면 많은 부모가 “왜 이렇게 다 안 되는 것 같지?”라는 감정을 경험한다. 분명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아기는 잘 울고, 수면은 불안정하며, 보챔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이때 부모는 자신의 돌봄이 실패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은 돌봄이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라기보다, 돌봄의 기준이 바뀌는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인식의 변화로 이해할 수 있다.

1. 돌봄을 실패한 것처럼 느껴질 때 

신생아기에는 돌봄의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다. 먹이면 먹고, 안아주면 잠들며,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안정되는 흐름이 반복된다. 이 시기 부모는 ‘무엇을 하면 되는지’에 대한 기준을 비교적 쉽게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영아 전환기로 넘어가면서 이러한 기준은 점차 흐려진다. 같은 방식으로 돌보아도 결과가 달라지고, 어제 효과 있었던 방법이 오늘은 전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난다. 부모는 돌봄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그만큼 불안과 혼란을 느끼게 된다.

이때 부모는 돌봄을 실패한것처럼 느끼기 쉽지만, 실제로는 아기의 발달 단계가 바뀌면서 돌봄의 ‘정답’이 사라진 상태에 가깝다. 이는 실패가 아니라, 단순한 기준의 변화다. 아기가 더 복합적인 상태를 경험하기 시작하면서, 돌봄 역시 단순한 해결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게 된다.

2. 노력 대비 결과가 보이지 않을 때, 성과 부재

돌봄이 실패처럼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노력에 비해 결과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는 더 많이 안아주고, 더 신경 쓰고, 더 고민하는데도 아기의 반응이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영아 전환기에는 아기의 변화가 즉각적인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감각 조절, 정서 안정, 각성 조절과 같은 발달은 눈에 보이지 않게 진행되며, 하루 이틀의 돌봄으로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부모는 단기간의 결과를 통해 자신의 돌봄을 평가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나 이 시기의 돌봄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아니라, 아기가 변화의 과정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지지하는 역할에 가깝다. 성과의 부재 시에도 돌봄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3. 실패감이 부모를 더 지치게 만드는 구조

돌봄이 실패처럼 느껴질수록 부모는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붓게 된다. 더 빨리 반응하고, 더 많이 개입하며, 더 많은 방법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도한 개입은 오히려 아기의 각성을 높이거나 자극을 누적시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때 부모는 “이렇게까지 해도 안 된다”는 무력감을 느끼며, 돌봄에 대한 자신감을 잃기 쉽다. 실패감은 부모를 쉬지 못하게 만들고, 돌봄을 끊임없는 과제로 인식하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돌봄이 잘못되었다는 생각 자체가 부모의 에너지를 빠르게 소모시킨다는 점이다. 영아 전환기에는 완벽한 돌봄이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부모가 비슷한 혼란을 경험한다. 이 시기의 실패감은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돌봄 환경과 발달 변화가 맞물리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부모가 이 감정을 인식하고, 돌봄의 기준을 다시 조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 모든 순간을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

영아 전환기에 돌봄이 실패처럼 느껴지는 것은 부모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돌봄의 기준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인식의 혼란이다. 이 시기의 돌봄은 즉각적인 결과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아기가 발달의 변화를 안전하게 통과하도록 곁을 지키는 역할에 가깝다. 부모는 스스로를 평가하기보다, 연결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돌봄의 기준으로 삼아도 충분하다. 돌봄이 실패처럼 느껴질 때는, 오히려 제대로 돌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